만남과 인간관계에 관한 이론들 가운데 추천할 만한 것이 마르틴부버라는 독일계 유태인인 이스라엘 교수가 독일어로 쓴 나와 너라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관계를 3가지로 구분하고 있는데, 나와 나, 나와 너, 나와 그것 으로 분류하고 있다.

 


나와 나의 관계에서는 위대한 나와 비참한 나로 살아갈 수 있는데, 주인공이 되는 삶을 살 수도 있고, 노예처럼 감시와 무시의 대상이 되는 삶을 살 수도 있다.
위대한 나라는 인간은 나만 잘나고, 똑똑하고, 예쁘게 태어난 필연적 존재이며, 언제나 돋보이고 주목받는 주인공인 능동적 존재이며, 세상을 향한 평가는 나만 할 수 있는 주체적 존재이며, 내 사고의 영역에서 어떠한 생각도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는 자유의지를 가진 위대한 인간이다.

반면에 비참한 나는 원치 않게 태어난 우연적 태생의 피조물적 존재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 그리고, 눈치 보면서 평가를 받고 감시를 받는 수동적 존재이며 종속적 존재이고, 사고 자체도 여러 도덕적, 종교적 규범과 콤플렉스에 의해 제지당해서 생각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구속된 사고를 가진 비참한 인간이다.

 


항상 주인공으로 위대한 나를 사는 나와 나가 있고, 조연으로 들러리만 서고, 사고와 행동마저 통제당한 삶을 사는 비참한 나를 사는 나와 나가 있다.
이때 3자에 대한 인식이 위대한 나와 같은 인식으로 생각하는 것이 나와 너의 관계이고, 비참한 나와 같은 인식으로 생각하는 것이 나와 그곳의 관계이다.

나와 너의 관계에서는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서로 존중과 배려 속에 사랑하고 해피엔딩을 맞이하듯이 위대한 나와 위대한 너가 만나는 관계이니 만큼 배려와 존중과 사랑이 따른다.


반면 나와 그것의 관계에선 위대한 나와 비참한 너가 만나는 관계이다. 나만이 주인공이고, 나만이 평가를 할 수 있고, 나만이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있는 위대한 나인 것이다. 그런 나에게 보잘것없는 비참한 너는 그것으로 존재할 뿐이다.
다만, 나와 너의 관계가 나와 그것으로 변질되는 관계로 변하는 것이 인간상실과 인간관계 및 사회 발전의 후퇴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나라는 존재는 위대한 나와 비참한 나가 있고, 나와 너의 관계는 위대한 나와 위대한 나의 관계이고, 나와 그것의 관계는 위대한 나와 비참한 나의 관계라는 간단한 논리적인 전개이지만, 많은 응용과 시사점을 전달해준다.


만남이라는 것도 개인적 경험과 노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신의 영역으로 선험적이고, 예정된 것이라는 부버의 이론은 불교의 선회 사상을 보는 듯하고, 존재론에 있어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에서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너의 존재가 나타나듯이 나와 너의 관계가 지향해야 할 인간관계인 것도 유사하다.

부버는 나는 너로 인하여 나가 되고, 나가 되면서 나는 너라고 말한다. 모든 참된 삶은 만남이다.
또한 나와 너 사이의 긴밀한 상호 인격 관계에서 우리는 인격으로서의 자신을 깨달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히나의 인격으로서 만나게 된다라고 말하고 있다.
인간은 스스로 존재할 수 없고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나와 너의 관계가 위대한 인간이 강한 신뢰를 기반으로 만나는 인격의 세계라면 나와 그것의 관계는 목적에 대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지식의 세계인 것이다.
부버는 인간의 세계에는 두 가지 질서가 있는데, 나와 너에 바탕을 두고 참다운 대화가 이루어지는 인격 공동체와 다른 사람을 자기 욕망을 충족시키는 도구로 밖에 보지 않는 집단 공동체가 그것인데, 집단 공동체 속에서는 참다운 대화 없이 독백만이 있을 뿐이라고 한다.

나와 너의 관계가 공간적으로는 새로운 현재를, 나와 그것은 이미 경험한 과거를 의미하게 된다. 나와 너의 관계가 나와 그것의 관계가 되는 것이 이렇게 후행하는 효과가 있다. 나와 너의 관계로 발전하면 새롭게 기대되는 현재가 되는 것이고, 나와 그것의 관계가 지속되면 진부한 과거가 계속되는 것이다.

 


나와 그것의 관계에서 내가 그것으로 인식하면 상대방도 나를 그것으로 인식하게 되고, 내가 나와 너의 관계로 상대방을 인식하면 상대방도 나를 나와 너의 관계로 인식할 것이다 라는 것이 부버의 주장이다.

회사 조직의 구성원으로 생계를 위한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 일반적인 월급쟁이들은 매일매일 평가받는 삶을 강요당하고 있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회사 조직 내의 누군가가 아랫사람이든 윗사람이든 나를 평가하고 그것이 나의 생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나와 너의 관계가 아니라 나와 그것의 관계를 강요받고 있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평가를 하고, 평가를 받는 대상과의 관계는 나와 그것의 관계일 확률이 높고, 불편한 관계일 수밖에 없고, 평가에서 자유로운 사람과의 관계는 어떤 이용할 목적을 띄지 않는다면 나와 너의 관계에서 편함을 느낄 수가 있을 것이다.


특히 믿을만한 입사동기나 존경하는 직장상사와의 관계에서 나와 그것의 관계가 아니라 나와 너의 관계를 추구하면서 편하게 진실된 대화를 나누는 관계를 원했지만 나에 대한 루머나 약점이 될만한 치부들이 나와 너의 관계로 생각했던 너라는 사람들에 의해 까발려지고, 조직의 주인공에서 엑스트라로 전락하게 되었다면 내가 믿었던 나와 너의 관계가 결국은 나와 그것의 관계였다는 사실에 엄청난 배신감과 인간관계에 대한 실망으로 앞으로는 더 이상 나와 너의 관계를 맺을 수 없는 인간이 될 것 같은 심적 괴로움이 있을 것이다.
인간관계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들은 만남에 대한 선입견과 나와 너의 관계로 진행되는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동안 만난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팩트를 기반으로 특별한 제목 없이 무제 형식을 편집과 여러 사건, 인물들을 섞어 가볍게 정리해서 연재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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