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안신궁 관람을 포기하고 헤이안 신궁 주변의 버스정류장을 찾아 다시 뚜벅뚜벅 걷기 시작했다.

헤이안신궁 인근 주택가
헤이안신궁 근처 버스정류장

헤이안신궁 주변은 다른 교토 주택가들과 마찬가지로 고도제한이 있는지 낮은 건물들만 있었고, 한옥마을처럼 전통가옥들이 늘어서 있었다. 버스정류장은 어느 민가의 담벼락이 있는 곳에 있었는데 왕복 4차선 도로에 이런 곳에 버스가 서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이윽고 버스를 타고 다음 행선지인 니조성으로 향했다.

 

 

니조성 안내판

  니조성은 시내로 보이는 번화가에 위치하고 있었다. 북쪽의 1조부터 남쪽의 9조까지 조성한 도시 교토에서 2조에 위치하고 있다. 계획 당시 1조에는 교토 황궁인 고쇼, 2조에 니조성을 배치하여 에도막부의 수장인 도쿠가와 가문의 쇼군이 교토에 있을 때 기거하는 별궁으로 황궁근처에 위치를 잡은 듯 하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에도막부가 에도, 즉 도쿄로 수도를 이전하고 난 뒤인, 1603년, 에도막부의 교토 별궁으로 지어졌다고 하는데, 1994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일본의 국보가 있는 유서깊은 곳이라 하겠다.   

세계문화유산 표지판

니조성은 혼마루(성의 중심 성곽), 니노마루(성의 중심 건물 바깥쪽에 있는 성곽) 그리고 혼마루와 니노마루를 둘러싸고 있는 정원의 세 구역으로 나누어 있으며, 전체 성 부지와 혼마루의 둘레를 돌벽과 해자가 둘러싸고 있다.

니조성 당문

니조성의 니노마루 궁전을 보기 위해서는 물소 머리를 닮은 중국풍 당문을 통과해야 한다.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전통의 금 도색으로 치장한 갈색 물소와 같은 자태를 보인다.

니노마루 궁전

니조성이 유명해진 것은 에도막부가 교토에서 기거하는 별궁이기도 하지만, 메이지 유신의 상징적인 사건인 대정봉환(大政奉還)이 니조성의 니노마루 궁전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1867년 니노마루 궁전 대형실에서 15대 쇼군인 도쿠가와 요시노부가 천황에게 정권을 반납하고 영주들앞에서 도쿠가와 막부가 종결되고, 천황에게 모든 권력을 이양함을 선언했다. 이로써 메이지시대가 시작되고 일본은 봉건제에서 근대 민주국가로 급속한 변화를 이루었다. 니조성은 봉건제의 마지막이자 근대 일본의 시작이 된 것이다.

에도막부는 당시 국가의 모든 정치 실권을 장악하고 있었는데, 19세기 들어 미국 페리제독의 강권에 의한 개항 이후 막부의 전제 정치를 비판하는 개혁 여론이 높아졌으며, 1867년 서남 지역의 사쓰마번(현 가고시마현)과 조슈번(현 야마구치현)은 막부 타도를 위한 동맹을 결성했다. 도사번의 번주 야마우치 요도는 도사번 출신 사무라이 사카모토 료마에게 대정봉환을 직소할 것을 권유받았고, 이를 수렴해 막부 타도 세력을 견제하여 신 정권을 수립하고자 에도 막부 제15대 쇼군인 도쿠가와 요시노부에게 “천황에게 국가 통치권을 돌려주라”라고 권고하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힘이 약해진 쇼군은 국가 통치권을 돌려준 뒤에도 새로운 정치체제 아래서 권력을 장악해 실질적인 통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이 제안을 수용했다. 1867년 11월 막부를 타도하려고 동맹을 맺은 반막부체제 세력들은 막부 정권을 물리치고 대정봉환에 성공했고, 1868년 1월 3일에 왕정복고와 함께 일본제국의 수립을 선언했다. 그리고 1868년 5월 3일 에도는 일본제국군의 손에 함락되었으며, 도쿠가와 막부는 결국 붕괴되고 말았다.

 

이렇듯 일본의 메이지유신을 상징하는 니노마루 궁전은 현재 일본의 국보로 지정되어 있으며, 내부 촬영은 금지되어 있다.

니노마루궁전
츠리가네

니조성 내부에 츠리가네라는 범종이 있는데, 이 종은 에도막부 말기의 정변기에 연락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었다고 한다.

니노마루 연결 건물
니노마루 연결 건물

니노마루 궁전의 건물들은 지그재그식으로 길게 연결되어 있으며, 앞쪽 정원은 연못과 아기자기한 일본식 정원의 풍모를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니조성내부의 니노마루 궁전의 정원들은 특별 명승지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니조성 정원

니조성 연못
니조성 연못
혼마루 가든

니조성 깊숙이 들어서자 화재로 소실되어 다시 지은 혼마루와 혼마루가 있던 터가 잔디로 뒤덮여 있었다. 

혼마루와 혼마루터(잔디밭)

 

니조성의 아기자기한 연못을 돌아나가 밖으로 나오니 방어용 해자가 눈에 보인다. 해자를 보고서야 이 곳이 성곽임을 알 수 있었다.

니조성 해자
니조성 해자

이 곳 뿐만 아니라 다른 성곽에서도 해자가 있어 적으로부터 내부 아군을 보호할 수 있는 긴요한 방어 장벽이다.  

시간제한으로 인해 니조성 곳곳을 수박 겉핧듯이 보고 나와야 하는 상황이 너무 야속했지만, 시간과 돈의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휴대폰을 잃어버렸는데 친절한 일본인의 도움을 받아 관리사무소까지 가서 찾아왔기에 많은 시간을 지체하기도 하였지만 말이다....

 

 

+ Recent posts